
소개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어바웃 타임>은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연출하고, 도널 글리슨(팀 역)과 레이첼 맥아담스(메리 역)가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빌 나이, 리디아 윌슨, 린제이 던칸, 마고 로비, 톰 홀랜더, 조슈아 맥과이어 등 탄탄한 조연진도 함께합니다.
단순한 타임슬립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빌려 사랑과 가족애, 그리고 하루하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도널 글리슨은 소심했던 청년 팀이 든든한 배우자이자 아들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캐나다 출신의 레이첼 맥아담스는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매력으로 메리 역을 채웠습니다. <어바웃 타임>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추천되는 작품입니다.
줄거리 및 명대사
성년이 된 날, 팀은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남자들에게만 대대로 전해지는 비밀을 듣게 됩니다.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쥐고 지나온 순간을 떠올리면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능력으로 역사를 바꾸는 것 같은 거창한 일은 할 수 없고, 오직 자신의 과거만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제한이 오히려 이 영화를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주는 장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팀은 처음에는 이 힘을 어설픈 연애의 실수를 만회하는 데 씁니다. 여름 한 철 팀의 집에 머물던 샬럿에게 반한 팀은 그녀가 떠나는 마지막 날 고백하지만, 그녀는 이곳에 온 첫날 그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팀이 시간을 되돌려 첫날 다시 고백하자, 이번엔 샬럿이 마지막 날에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아무리 타이밍을 바꿔도 상대의 마음까지 바꿀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이렇게 유쾌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런던에서 변호사로 일하게 된 팀은 블라인드 데이트 식당에서 메리를 만나 첫눈에 반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좌절한 극작가 해리의 연극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갔다가, 그 선택으로 인해 메리를 만난 현실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대가를 치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능력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국 팀은 메리가 좋아하는 사진전에서 며칠을 기다린 끝에 그녀를 다시 만나고, 이미 생긴 남자친구라는 변수마저 과거로 돌아가 바로잡으며 관계를 되찾습니다.
당신 눈이 정말 예뻐요. 나머지 얼굴도 정말 예쁘고요.
영화는 시간 여행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치트키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특히 여동생 킷캣이 남자친구와 다투다 음주운전 사고를 당했을 때, 팀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과거를 바꾸지만 그 여파로 자신의 딸 포지가 완전히 다른 아이로 바뀌어버리는 참혹한 대가를 치릅니다. 좋은 의도로 한 선택이 전혀 예상 못 한 곳에서 대가를 치르는 이 장면은, 인생에서도 하나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새삼 보여줍니다. 결국 팀은 과거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현실에서 동생의 손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선택을 내립니다.
메리와 결혼한 팀은 첫 딸 포지를 얻고, 이후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는 시련을 겪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를 바꿔 병을 치료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자식들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에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셋째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살아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가 영원히 끊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팀은 마지막으로 과거의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두 사람은 현재를 흔들지 않기 위해 더 어린 시절, 더 젊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함께 바닷가를 걷습니다. 거창한 유언도 슬픔의 눈물도 없이, 그저 돌을 던지고 나란히 걷는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담담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제 난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단 하루조차도.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감상후기
누구나 한 번쯤은 시간을 되돌리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떠나간 사람을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우리는 과거를 바꿀 능력이 없습니다.
영화에서 팀의 아버지는 행복을 위해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첫 번째 날에는 바쁜 일상과 긴장감 탓에 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미소와 사소한 친절을, 두 번째 날에는 온전히 느끼고 감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루를 두 번 살지도, 과거로 돌아가지도 않는 삶을 택합니다. 오늘이라는 단 하루를 마치 과거에서 다시 누리기 위해 돌아온 날처럼 여기며 매 순간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조작하는 기술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단 한 번의 하루를 상냥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 순간 완벽한 선택을 하거나 늘 상냥하기란 쉽지 않지만, 아버지가 결혼식 축사에서 말했듯 끝내 우리는 모두 늙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존재가 됩니다. 그렇기에 곁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고, 오늘이라는 평범한 기적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현실에서 해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시간 여행일 것입니다.